군 복무 시절 막사 생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바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였습니다. 병장이 되어 생긴 짧은 여유 시간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제가 왜 이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프랭클이 나치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에밀리 로블링이 14년간 브루클린 다리 건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의미'와 '목표'였습니다.

아무런 희망 없는 상황에서 찾은 생존의 비밀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1905년생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로, 1942년 나치 강제수용소로 추방되어 3년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그는 수용소 생활을 기록한 체험 수기를 통해 '로고테라피(Logotherapy)'라는 의미 치료 이론을 완성했습니다(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여기서 로고테라피란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음으로써 심리적 고통과 실존적 공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심리치료 이론입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담배는 당시 식량과 교환할 수 있는 귀중한 물품이었는데, 갑자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수프를 거부하며 채찍에도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삶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어떤 수용자는 꿈에서 "3월 30일에 전쟁이 끝난다"는 환청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날까지 버텼지만, 3월 29일부터 급격히 쇠약해지더니 30일에 발진티푸스(Typhus)로 사망했습니다. 발진티푸스는 리케차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으로, 영양실조와 면역력 저하 상태에서 치명적입니다. 근거 없는 낙관적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 정신력 붕괴가 곧바로 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저도 군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해병대 자대 배치 직후 막사에 들어서며 맡았던 낯선 냄새와 선임들의 압박은 훈련소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하루하루가 끝없이 느껴졌지만, '전역'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의미를 찾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프랭클이 말하는 의미 치료는 세상을 바꾸는 거창한 목표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그는 수용소에서 자신이 10여 년간 연구한 의미 치료 이론을 직접 체험하며 검증했고, 생존 후 그 경험을 책으로 남겼습니다. 기억만으로 모든 것을 복원해야 했던 그의 기록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삶에 꼭 의미가 있어야 하나", "과도한 의미 부여가 오히려 독이 아닐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습니다. 저도 그런 말을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프랭클의 의미 치료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상실해 신경증적으로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이유를 찾아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의미를 찾으라고 강요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찾은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살려?"라는 말은 의미를 부정하는 가장 흔한 방식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진짜 꿈을 숨기게 됩니다.
14년간 다리를 완성한 가족의 이야기
1860년대 뉴욕에서는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다리 건설 계획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두 지역을 오가려면 이스트 강(East River)을 배로 건너야 했는데, 폭이 약 1km에 달하는 이 강은 겨울이면 얼어붙어 배가 갇히는 일이 잦았습니다. 존 로블링(John Roebling)은 이런 불편을 겪은 후 현수교(Suspension Bridge) 건설을 결심했습니다. 현수교란 주탑에서 늘어뜨린 강선(케이블)에 상판을 매다는 방식으로, 교각을 최소화하면서도 긴 구간을 건널 수 있는 다리입니다(출처: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하지만 존 로블링은 건설 초기 선착장 사고로 파상풍에 걸려 몇 주 만에 사망했습니다. 아들 워싱턴 로블링(Washington Roebling)이 공사를 이어받았지만, 그 역시 케이슨 작업(Caisson Work) 중 잠수병에 걸렸습니다. 케이슨이란 물밑 작업을 위해 거대한 나무 상자를 거꾸로 뒤집어 압축 공기를 채운 수중 작업실입니다. 당시에는 잠수병(감압병)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압축 공기 환경(약 2기압)에서 갑자기 지상(1기압)으로 나오면 혈액 속 질소가 기포를 형성해 신경과 관절을 손상시킵니다. 워싱턴은 반신불수, 난청, 시력 저하로 거의 와병 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 에밀리 로블링(Emily Roebling)이 나섰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창가에서 망원경으로 공사 현장을 보며 전하는 지시를 직접 현장에 전달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의 대리인이었지만, 점차 공학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며 실질적인 총책임자가 됐습니다. 당시는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없던 시대였습니다. 건설 현장에 여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11년간 현장을 지켰고, 정치인과 투자자들을 설득하며 사기, 화재, 불량 자재 같은 수많은 난관을 돌파했습니다. 현장 인부들은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여성이 진짜 실력자라는 것을.
목표가 있으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항상 최악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의미를 가진 사람들이 생존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경험을 책으로 남기겠다는 목표로 매일 머릿속에 기록을 새겼습니다. 에밀리 로블링 역시 "이 다리는 반드시 완성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14년을 버텼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히 알았고, 그것이 곧 삶의 의미였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군 생활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도 '전역 후 하고 싶은 일'이라는 작은 목표들이 저를 지탱했습니다. 병장이 되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제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끝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요. 하지만 프랭클의 통찰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삶의 의미는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삶이 나에게 던진 질문에 내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에밀리 로블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편이 쓰러지고, 사회가 여성을 무시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대답을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런 방식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본인만의 작은 목표라도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 목표가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나를 바꿀 수는 있으니까요. 1883년 브루클린 다리가 완공됐을 때, 개통식에서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넌 사람은 에밀리 로블링이었습니다. 그녀는 14년의 고난을 견뎌낸 끝에, 자신이 완성한 다리를 직접 걸었습니다.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책을 펴낸 것처럼, 에밀리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의미란 누군가 부여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두 사람의 삶이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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