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월급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저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선배의 조언을 듣고 여러 책을 읽으며 기업을 분석하고 차트를 공부했지만, 4년간의 투자 결과는 계속된 마이너스였습니다. 주식으로 정말 돈을 벌 수 있는지 의심이 들 무렵, 45년 전 미국에서 출판되어 지금까지도 검증받고 있는 투자 교과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왜 실패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왜 계속 변하는가
제가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믿었던 방법들은 대부분 과거에 성공했던 투자 기법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용해 보니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도 1976년 파이넨셜 애널리스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증권분석 기법으로 훌륭한 투자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내가 증권분석을 쓴 약 40년 전에는 그 방법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증권분석이란 기업의 재무제표와 자산가치를 분석하여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방법을 의미합니다(출처: CFA Institute).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를 보면 시대마다 작동하는 투자 메커니즘이 달랐습니다.
- 1930년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가치지표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시기
- 1940년대: 고배당주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지면서 배당모형이 시장을 지배한 시기
- 1960년대: 성장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이익성장모델이 등장한 시기
- 1980년대 이후: ROE(자기자본이익률)와 현금흐름 분석이 중요해진 시기
여기서 ROE란 기업이 주주의 돈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투자한 돈이 1년에 몇 퍼센트의 수익을 만들어냈는지를 나타냅니다. 제가 책을 읽고 공부한 방법들은 이미 모두가 아는 방법이었습니다. 어떤 차트 기법이든 분석 기법이든 우리 모두가 알게 된 순간, 더 이상 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4년간의 손실로 배웠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버블의 패턴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뱅가드 투자회사 이사를 지낸 버튼 말킬은 그의 저서에서 역사적 버블 사건들을 분석합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부터 2000년대 IT 버블까지, 놀랍게도 모든 버블은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출처: Princeton University).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구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독특한 무늬가 생긴 튤립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집 한 채 값을 지불했습니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는 남해회사 주식이 100파운드에서 2천 파운드로 20배나 폭등했습니다. 이 회사는 영국 정부의 부채를 떠안는 대가로 남미 무역 독점권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무역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최근의 비트코인 열풍과 IT 기업들의 고평가를 떠올렸습니다. 1960년대에도 전자제품을 만든다는 이미지만 있으면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포르노 테이프를 판매하던 회사가 '스페이스톤'으로 사명을 변경하자 주가가 7배나 올랐던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회사명에 '닷컴'만 붙이면 주가가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제가 주식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특정 테마주에 속하기만 하면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올랐습니다. 저도 그 흐름에 올라타려 했지만, 결국 제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손실을 봤습니다. 버블의 핵심은 이겁니다.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다음 사람이 더 비싸게 살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내재가치란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 회사가 앞으로 실제로 벌 돈을 지금 시점에서 계산한 값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차트 기술적 분석도 안 되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가치투자도 완벽하지 않다면 도대체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저도 이 질문 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버튼 말킬 교수는 랜덤워크 이론을 제시합니다. 랜덤워크란 주가의 움직임이 무작위적이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론입니다. 실제로 전문가 집단과 원숭이에게 종목을 고르게 한 뒤 14년간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원숭이가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인덱스 펀드 투자를 제안합니다. 여기서 인덱스 펀드란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S&P500이나 코스피 200 같은 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워런 버핏도 유언장에 "내 재산 중 현금은 전부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명시했습니다. 가치투자의 대가조차 개별 종목 선택보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을 권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제4년간의 실패를 돌아보면, 저는 계속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며 단기 수익을 쫓았습니다. 차트를 보고, 뉴스를 찾아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따랐지만 결과는 마이너스였습니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게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이 책은 45년 전에 나왔지만 지금도 유효합니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함께 가라는 메시지입니다. 저는 이제 개별 종목 투자를 줄이고 인덱스 펀드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지 의심했던 저에게 이 책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과거의 방법을 맹신하지 말고,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며, 예측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제가 4년간의 실패 끝에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